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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overseas:\\[독일] 소소한 행복으로 기억되는 프랑크푸르트 작센하우젠 하모니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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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활은 대부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었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영화 관람.
한국에 있었더라면 일주일에 한번, 적어도 한달에 한 두번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을터인데
독일어, 영어 모두 부족한 나에게 독일에서 영화관람이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꼭 보고싶은 영화들은 언어가 잘 안들려도 영화관에 가서 보았는데
그렇게 본 영화들이 캡틴마블과 겨울왕국 2 였다.

그러던 와중에 기생충이 개봉했다.
기생충은 칸과 아카데미 두 곳 모두에서 상을 휩쓸며
그야말로 전세계적으로 기생충 신드롬을 일으켰다.
한국이었으면 개봉 첫날 보러 갔을텐데,,,,
독일에 있는 나는 한국어로 기생충을 보기가 참으로 쉽지 않았다.

독일은 영어권 영화가 아니면 100이면 99 더빙한 후 개봉한다.
그래서 독일영화관에서 외국 영화를 보려면 인내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대충 그만큼 오래 걸린다는 말....!
실제로 독일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 기생충이 너무 보고싶은 사람들은
프랑스 국경을 넘어서 영화를 보고 왔던 사람들도 있었다.
비행기로 한시간이면 가니까 뭐..... 기차로는 반나절 좀 더 걸리고.....

여튼 그렇게 기생충 기생충 노래를 부르다가
2019년 12월 어느 날,
프랑크푸르트 작센하우젠에 예술영화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100이면 99 독일어로 더빙해서 내보낸다고 하여 입모양으로라도 대사를 유추해내야하나 걱정하던 찰나
원어 상영에 독일어 자막을 곁들인다고 하니 더더욱 나는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예매하는 방법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는 일단 시간만 인지한채 영화관을 향해 출발했다.



시간은 집에서 중앙역까지 40분 정도,
중앙역에서 영화관까지 12분,
약 1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한국에서는 걸어서 십분이던 영화관을 이곳에서는 기차타고 한시간을 가야 볼 수 있었다...
(이때 내가 살던 곳이 좀 많이 외곽이긴 했다...




)

다음 역이면 드디어 영화관이 있는 역이다.
드디어 개봉 7개월 만에 기생충을 본다니 눈물 좔좔.
조금 있으면 독일에서 한국어로 영화를 보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니.
설레는 마음 한가득이었다.




드디어 Lokalbahnhof 도착!
영화를 보려고 난생 처음 이 역에 내렸다.
평소에는 S3 아니면 S4 라인만 탔었는데 영화관을 위해서 작고도 새로운 도전을 해봤달까....
독일은 라인에 따라서 지하철 컨디션도 조금씩 다른데
내가 주로 탔던 S3, S4 라인 보다는 훨씬 좋은 컨디션을 가지고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계단에 그려져있는 기하학적인 무늬.
어지러운 계단의 무늬와 잘 어울렸다.
동그라미 주위로 번진 모습까지 이 곳과 닮아있었다.




영화관은 역에서 걸어서 4분 정도 거리에 위치했다.
독일의 겨울 밤은 빨리 찾아오는 편이다.
실제로 이 때 시간이 저녁 6시 대 였는데 마치 한국의 밤 11시 같았다.
물론 한국도 겨울의 6시면 이정도 할 것 같지만
독일의 겨울밤은 4시 정도 부터 찾아오니 더 길고 추운 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 앞으로 예쁜 커플이 걸어가고 있었다.
날이 몹시 추웠는데 두 커플이 행복한 얼굴로 소소한 이야기를 하면서 걷는 것 같았다.
내 휴대폰 카메라에 자연스럽게 둘의 모습을 담았고
커플에게 찾아가서 안되는 독일어, 영어와 바디랭귀지로 영상을 전달하였고 이 영상 간직해도 되냐고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그 둘의 모습은 2년이 지난 지금도 내 휴대폰에 간직되고 있다.




드디어 영화관 도착!
영화관 이름은 Harmonie Kinos.
하모니 극장이라는 이름과 장소가 굉장히 오래된 예술 극장 같았다.
참고로 독일어로 'Kino'는 영화관, 영화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대놓고 영화관이라고 크게 써져있는 모습이었던 것.




창문 한 쪽으로는 영화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최근 작은 아닌 듯했고 그동안 상영된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포스터를 덕지덕지 붙이는 인테리어를 좋아하는데
독일어로 된 멋진 포스터들이 느낌있게 붙어있는 모습을 보니
이 영화관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매우 강렬하게 들었다.




독일어로 된 포스터들.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 알것같은 독일어 실력에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들기도 했고
하나도 몰랐던 시절을 생각하면 이 정도 아는 것은 정말 장족의 발전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외경을 촬영하고 나서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보았다.




'Neu'를 세번이나 쓴 매점 간판. (New 라는 뜻.)
새롭게 플리츠 콜라를 개시했다는 안내판이 있었다.
한국의 키오스크에 익숙해져 있어 어디서 영화표를 발권받아야 하나 한참 두리번 거리다가
매점에서 일하시는 분께 여쭤보니 엄청 해맑은 얼굴로
'여기서 표를 살수 있어! 무슨 영화를 보고싶니?'
라고 대답해주었다.
기생충 표 한 장을 부탁하는 나에게
'패러사이트! 매우 훌륭한 영화야! 너는 패러사이트의 나라에서 왔구나!' 라고 말을 건네주었다.
상을 내가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국뽕 맥스의 순간이었다.
굳이 '두유노 패러사이트?'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 곳은 한국 영화관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물론 한국으로 쳐도 대형 영화관이라기 보다는 독립영화관에 가까운 곳이긴 하지만....
각종 팜플렛과 영화에 관련된 무료 잡지 등이 있었다.
독일어를 좀 더 공부해보고자 몇 개 가져왔다.




이곳의 영화관 표.
그리고 콜라 하나와 팝콘 하나를 함께 구매했다.
한국에서는 포토티켓이 아닌 이상 전부 영수증 티켓으로 바뀌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닐로 표를 포장하지 않는 이상 글씨가 다 날라가버리는 쓰레기가 되기 때문.
나는 표를 모으는 사람으로서 이 곳의 티켓을 너무 사랑하게 되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지갑에 표를 꽂아 놓고 다닌다.
8시 30분 영화, 8구역 8번 좌석이라는 뜻.
영화는 대충 우리나라 가격으로 14000원이었다.




팝콘은 역시 오리지널 팝콘.
짭짤허니 맛있었다.
영화 상영 전에 반 이상 먹는 것은 국룰이라 하겠다.




자꾸 먹게 되었다....
두개를 살껄 그랬다.




영화관에 너무 일찍 온 바람에 거의 40분을 넘게 대기해야했었다.
다행히도 한쪽 구석에 카페처럼 자리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아까 가져온 잡지들을 펼쳐서 독일어 공부라도 더듬더듬 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넘기다가 영화 소개 하는 부분에서 기생충을 소개하는 부분을 발견했다.....!




이 김씨 가족은.... 부터 시작하는 기생충 소개.
영어로 된 소개는 많이 봤지만 독일어로 된 소개는 처음이었다.
이때 모르는 단어 검색해서 보느라 30분은 썼던 것 같았다.
잡지 속 최우식 배우님의 얼굴이 친구 같이 느껴졌다.
반가워서 하이파이브 한 번 하고싶었다.




독일어를 해석하다 보니 어느덧 입장시간이 다가왔다.
저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에 계단이 있고
내 기억에 3층으로 가서 영화를 관람했던 기억이 난다.
계단을 돌아 돌아 내 자리를 찾아가는 시간이 너무 설렜다.
이런 곳에서 영화를 보다니 정말 신기한 경험을 하나 더 더해서 기쁜 마음 뿐이었다.




내 자리는 전체 2층으로 된 영화관 중 2층 맨 앞자리에 위치했다.
오페라 극장같은 곳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잠시후에 막이 걷혔고 영화는 시작됐다.
기생충은 역시나였고 간만에 훌륭한 영화 한편 한국어로 진득하게 보고나니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영화 막바지 쯤에 독일사람과 소세지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데
그때 영화관이 웃음바다로 장을 이루었다...
그렇게 웃긴 장면은 아니었는데 이 곳 사람들은 재밌게 받아들였나보다
그 대사를 재밌어하는 독일인들의 반응을 재밌어 하는 나....




영화과 끝나고 나온 밤의 하늘은
카페에 있던 조명과 비슷했다.
어둑하지만 반짝였고 그것은 마치 하루를 즐겁게 보낸 나의 감정과 닮아있었다!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그곳을 방문할 수 있는 날이 있겠지.
하루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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